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이 건강한 것이라고 조언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뭉클함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이 책이 <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> 김혜남 저자가 쓴 것인 줄 몰랐고 책을 펼치고 알게 되었는데요. 후기 남겨보겠습니다.
나에게도 그런일이 일어난다면
기존에 나와있던 심리학 책들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파킨슨병을 몇십 년 동안 겪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. 무엇을 앓고 있다기보다 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습니다. 그녀가 40대에 갑자기 찾아온 파킨슨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함께 살기로 결정한 모습이 책에 잘 묘사되어있었는데요.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떤 마음일까 감히 상상조차도 안되었습니다. 평소에 건강문제에 예민한 저로서는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엔 했던 것 같습니다. 어떤 일이란 게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기에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.
저자를 보면 그러한 삶이 아프고 힘든 부분이 분명하게 있지만 함께 살기로 한 이상 몸이 좀 우선할때는 자신이 하려던 일, 하고 싶은 일, 원하는 일들을 하며 그 시간을 채우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. 책 속에 몇 번 반복되는 것 같은 구절들이 있었는데 일부로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쓴 거 같습니다. 오히려 여러 번 반복되는 그녀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읽으며 더 잘 기억에 남았고 그 처절했던 심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.
책 중에 가장 와닿았던 부분
책 중반부로 갈수록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일반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일상생활 속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(인간관계의 어려움, 나를 어떻게 해야 좀 더 편안히 다룰 수 있는지) 알려주었고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. 책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은 책을 펼치자 마자 적혀있던 나딘 스테어의 시 발췌 내용이었는데요.
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.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.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.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. 더 많은 산을 오르고,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.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.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.
-나딘 스테어의 시 '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' 중에서
이 인용 부분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전반의 주제와 가장 맡다아있었습니다.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 이 구절이 읽고 싶어 지더라고요. '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'이라는 가정이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점을 말하는 거겠죠. 그동안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만 산 것은 아닌지, 스스로 나에게 들이민 잣대가 너무 타이트했던 것은 아닌지 삶의 끝자락이나 큰 병을 얻고 나서 알게 될 수 있는 일들을 책을 읽음으로 해서 미리 삶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. 그리고 이런 게 독서의 매력이구나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.
저도 죄책감 한스푼 덜고 더 많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더 많이 콜라를 마시고 걱정도 좀 내려놓아야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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